찔레꽃
오월이면
봄 시샘을 이겨 낸
연분홍 꼬깔 쓰고 찾아 오는 님
주욱 늘어선 돌 담 위를
이불처럼 덮어 쓰고
무지개 미소 띄며 날리는 유혹
꽃 잎 아래 숨어 있다
속 살을 드러 낸 연하디 연한 줄기들
가난이 유행이던 시절
시골 아이들의 빼 놓을 수 없는 간식 거리
하교길에 들리던 그 골목길에는
허기진 배를 채우느라
옹기종기 모여든 아이들의 일상의 코스
꽃이 아름답다 우기는 말은
익숙하지 않은 사치
달콤한 맛으로 혀 끝을 달래주고
뱃속의 아우성을 멎게하는 찔레꽃
버려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
밀려 오는 계절에 쫒겨
여기저기 펼쳐 놓은 영실이는
먹이감을 찾고 있는 까치들의 별미
찔레를 꺽다 박힌 가시를 빼 준다며
여자 아이들의 손가락 부여 잡고 씨름하다
마침내
둘이 안고 울어버린 낭만의 꽃
잊지 못할 추억을 머금고
오늘도 피어 있을 나의 찔레꽃
영과 육의 허기를 달래 주던
나의 사랑
나의 찔레꽃
이도신
****오월을 기다리며 캠벨자택에서 4/5/2013